인테이크 브랜딩과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는 조헌 이라고 합니다.

첫글에 무슨 내용을 담을지, 앞으로 어떻게 풀어나갈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여러생각 끝에 글을 쓰는 이유가 과정을 보이기 위함이라는 결론을 짓고

인테이크의 브랜딩/디자인이 진행되어 가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시간에 흐름에 따라 변해가는 모습을 여과없이 알려드리는 것이지요.

한장의 종이가 점차 두께가 쌓이듯 인테이크 디자인도 발전해가는 모습이길 바라며 포스팅을 이어가고자 합니다.


첫 글은 닥터넛츠 패키지 디자인 스토리 입니다. 벌써 5년이나 지났네요.

닥터넛츠는 말그대로 박사(전문가)와 견과의 영문인 Doctor와 Nuts 가 만난 네이밍입니다.

닥터와 건강을 연결 짓다 보니 자연스레 "의사"라는 캐릭터가 떠오르게 되었고 캐치프라이즈도 "견과류 주치의, 닥터넛츠"로 정했습니다.

견과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아는 의사 선생님이 환자에게 처방해주는 제품을 컨셉으로 디자인을 진행하였습니다.

당시만 해도 견과류라고 하면 일명 믹스너트라는 대용량 혼합견과나 kg단위로 판매하는 상품이 전부였습니다.

하루에 한 팩씩 먹을 수 있는 견과로 처방 받는 느낌이 들면 좋겠다 싶어,

방산시장을 뒤져가며 약국에서 사용하는 약포지를 구했습니다.

하루치씩 먹기 편하게 약포지로 낱개 포장을 한 뒤, 처방전과 함께 약봉투 처럼 생긴 종이 봉투에 넣어 주는 것으로 마감을 하였습니다.


 




패키지 초안을 완성하고 판매를 준비하던 중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히게 됩니다.

패키지에 들어 있던 십자가 문양, 의사캐릭터가 자칫 소비자에게 의사가 만든 제품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있다는 식약처의 의견을 받은 것이죠.

해당 내용을 빼고 패키지 방향을 수정 해야 했습니다.

의사가 느끼지지 않게 하되 전문성과 신뢰를 전달할 방법이 뭐가 있을까, 연일 회의를 이어갔습니다.

당시는 저희가 견과 관련 해외 논문을 많이 찾아 보던 때였습니다.

브랜드가 닥터넛츠인 만큼 우리 스스로가 전문성을 띄어야 한다는 생각에 닥치는대로 견과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죠.

그때, 눈에 딱 띄었던 것이 바로 논문에 나오는 "그래프"였습니다.

그래프 조형을 활용하면 전문적인 느낌을 줄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자 곧장 시안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패키지 전면에 그래프를 가장 크게 넣으면서 내용물의 비율을 보여주고 배경색도 그래프가 잘 보이도록 검정으로 했습니다.

이전보다 훨씬 더 묵직한 인상이 생기고 소위 말하는 뭔가 있어보이는 느낌이 들기 시작합니다.







 
닥터넛츠 최초의 모습입니다.

지금보다는 작은 사이즈로 가로형 패키지 였습니다.

이후 견과를 다먹지 못하고 남기는 경우를 고려해 지퍼백을 추가한 세로형으로 변경, 로고와 그래픽도 점차 다듬어져가는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식품업계에서 패키지 컬러로 블랙을 사용하는 경우가 매우 드뭅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특히, 비닐 포장지를 무광 블랙으로 인쇄할 경우 제품 배송 중 생기는 스크래치가 고스라히 고객 눈에 띄게 됩니다.

공장에서 출하 할 때는 괜찮았는데 배송과정에서 제품끼리 부딪히는 거죠.

닥터넛츠 초기 가로형 패키지가 그러한 문제를 안고 있었습니다.

지퍼형으로 변경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비닐 원단 자체를 바꾸는 과감한 결정을 하게 됩니다.

(*비닐 포장지는 일반적으로 무광 효과를 내기 위해 무광잉크를 비닐에 인쇄하는 방식을 이용합니다.)

원단 자체가 무광인 제품을 쓰다보니 패키지 촉감까지 개선되면서 고객분들께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패키지디자인의 구성 요소를 크게 세 가지(컨셉 / 형태 / 그래픽)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컨셉은 패키지를 통해 어떠한 메세지를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고

형태는 손으로 만져지는 패키지의 형태, 재질을 뜻합니다.

마지막 그래픽은 형태 위로 얹혀지는 그림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현업에 계시는 분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제품 성공여부에 있어 패키지 디자인이 매우 중요하다는 얘길 자주 듣고 합니다.

하지만 정작 이야기를 이어가다 보면 디자인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단순히 그래픽에만 국한된 걸 느끼게 됩니다.

표현에 앞서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먼저 이루어져야 합니다.

쉽게 말해 패키지 형태와 그래픽은 제품의 컨셉을 명확하게 전달해야 합니다.

디자인을 공부하신 분이라면 너무나 당연한 얘기 처럼 들리겠지만,

생각보다 많은 제품이 컨셉을 오롯이 전달하는 데에 힘을 쓰기보다는 그럴싸해보이는 모습을 갖추는 데에 신경을 쓰는 듯 보입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디자인 첫 단계인 컨셉 이해가 정말 중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제품을 얼마만큼 잘 이해했냐가 겉모습만 그럴싸 한 결과물과 이야기를 전하는 패키지의 차이를 만듭니다.

기획을 완전히 숙지한 뒤에야 어떤 형태의 패키지가 좋을지, 그래픽 스타일은 어떻게 해나갈지 고민합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디자이너분이 곧장 이미지 조사를 시작합니다.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 혹은 유사제품과의 차별화를 이유로 조사를 이어갑니다.

하지만, 의도적으로 이러한 조사를 하지 않는 것이 아이디어와 차별화된 패키지를 위해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눈에 한번 들어온 이미지는 계속해서 잔상을 남기기 때문이죠.

제품 컨셉을 이해한 뒤, 곧장 이미지를 찾기 보다는 기획 의도를 되새기며 머리 속으로 이미지를 먼저 떠올립니다.

모니터를 보지 않은 채, 명상하듯 눈을 감고 어떤 느낌이면 좋겠다는 생각부터 떠올려 보는 것이죠.

다른 이미지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 기획을 복기해가다 보면 제품의 컨셉과 연결되는 이미지가 떠오르게 되고 시안작업으로 이어갑니다.

시안작업을 통해 머리속에 있던 이미지가 실제 눈으로 보였을 때, 느낌이 같은지 판단합니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시안을 가지고 기획자와 이야기 나누면서 방향을 정교하게 잡아갑니다.

인테이크 제품의 패키지 디자인이 기성업계와는 다른 느낌을 풍기는 이유가 기획 단계에서부터 결과물 까지 꾸준히 컨셉을 지키기 위한 노력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